“나처럼 겪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길”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임신 6주차 자연유산 경험을 정리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처음 임신을 확인했을 때의 설렘부터, 출혈로 병원을 찾고 결국 자연 배출로 유산을 겪기까지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저처럼 갑작스러운 유산을 겪고 마음이 힘드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정보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임신 준비 이야기
저는 임신이 급했기 때문에 빨리 성공하자는 마음으로 디지털 배란 테스트기와 스트립 배란테스트기를 함께 쓰면서 배란일 전날, 당일, 그 다음날 숙제를 했어요. 시도한 첫 달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래서 그 다음달은 더 공격적으로 숙제를 했던거 같아요.
그래서 시도 두달 만에 자연임신에 성공을 하고 기쁜 마음에 3주~4주에는 증상놀이를 하게 되더라구요.ㅎㅎ
염소즙도 먹고, 영양제도 두달 동안 꾸준히 챙겨먹어서 유산은 상상도 못하고 임산부가 됐다는 생각에 설레기만 했어요.
💗 임신 확인 순간
보통 임신테스트기는 생리예정일 지나고 하라고하지만, 절대 그 때까지 기다릴수가 없어서 생리예정일 5일전에 얼리임신테스트기(10에 반응하는)로 테스트를 했더니 희미하게 두 줄이 보이더라구요. 아침 첫 소변으로 했는데 좀 일찍 깨서 다시 자려고했는데 심장이 콩콩 뛰어서 절대 다시 잘 수가 없었어요.
이틀 뒤에 다시 테스트 해보니 더 진해진 두 줄 이여서 아! 임신 성공 했구나 하고 생리예정일 일주일 후에 병원가야지 다짐했어요.
왜냐하면 너무 일찍가면 초음파에 확인되지 않고 피 검사 수치로 임신확인이 되기 때문에, 임신확인서도 받지못해서 5주 이후에는 가야 아기집을 볼 수 있거든요.

💗 첫 병원 방문
병원 방문 시기는 5주 2일 째 되는 날 방문했습니다. 선생님이 너무 빨리 왔다고 지금 초음파 보면 아기집이 없어서 실망할 수 도 있는데 보겠냐고 하셔서! 그래도 보고싶다고 하고 초음파를 봤는데! 아기집이 보이는 거에요. 너무너무 기뻤어요.
크기는 0.49mm였답니다.
아기집 생겼고, 임신맞다고 초기니까 이제 몸 조심하라고 말씀해주시고 임신확인서 받고 바로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 신청을 했어요. 이제 정말 뱃속의 아기 잘 키우고 품어서 건강하게 나아야지 마음 먹었어요.
젠더리빌 어케할까~~ 고민도 벌써..했었어요.
💗 이상 징후 — 갈색 출혈, 그리고 불안함
임신테스트기 두 줄 보고 나서 부터 배가 너무너무 무겁고, 양 쪽 꼬리뼈가 아팠는데 갑자기 증상들이 사라지고 몸이 가벼워졌어요. 그리고 갈색 피가 조금 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바로 임신테스트기를 해봤는데, 당연히 처음 봤을 때 보다 진해졌어야 하는 두줄이 그대로 연한 거에요.
이거는 뭔가 잘못됐다 생각하고 아기집을 보고 5일 만에 다시 병원에 방문했어요. 갈색피가 보이고 임신테스트기가 진해지지 않았다는 제 말에 의사선생님이 표정이 어두워지시며 일단 초음파를 보자고 하셨어요.
초음파를 봤는데 아기집은 있는데, 10초 정도 정적이 흐르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선생님 말씀이
"아기집이 너무 안자랐어요. 하루에 1mm 이상은 커서 오늘은 1cm는 넘었어야 했는데 지금 0.75mm로 안 커서 좋지가 않아요. 유산되려고 하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좀만 더 지켜보고 일주일 뒤에 봅시다."
먼가 잘못됐다는건 생각했는데 유산까지는 생각못해서 놀랐어요. 그래도 아닐 거야. 일주일 뒤면은 커져있을거야 저를 위로했죠
“근데 3일 뒤부터 빨간 출혈이 시작됐어요.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무너졌어요.”
💗 자연 배출과 유산 — “그날 이후”
불안해하면서 하루하루 임신테스트기로 진하기를 체크했는데, 점점 연해지고 빨간 피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너무나도 흐려진 임신테스트기를 보니까 정말 갔구나 싶어서 그동안 나오지 않던 눈물이 주르륵 계속 흐르더라구요.
마지막 날은 거의 안보여요 ㅠㅠ

남편붙잡고 한참을 울다가 배가 양쪽에서 수건짜듯이 아파와서 병원을 방문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일주일도 못 버티고 3일만에 다시 병원방문이였죠.
선생님께 "빨간 피도 나오고 근막 같은게 보였어요." 하고 초음파를 확인해보니 아기집이 없어져있더라구요.
“아기집이 사라졌어요. ‘자연 배출이 진행 중이에요. 자궁수축주사 맞고 일주일뒤에 확인해볼게요.”
💗 회복과 마음 정리 — “작별, 그리고 다시”
자궁수축주사를 맞고 하루 종일 누워서 지냈고, 빨간피는 일주일 간 나오다 더 이상 나오지 않았어요.
자궁수축 주사를 맞으면 배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 엄청 걱정했는데, 선생님이 진통제도 같이 처방해주셔서 그런지 저는 전혀 아프지가 않았어요. 오히려 자궁수축주사가 더 아팠답니다 ㅠㅠ
예약한 일주일 뒤 병원에 방문하니 자궁이 깨끗해졌고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태명까지 지었는데, 너무나도 허망했어요.
예전이면 그냥 생리가 늦게 나온 생리불순으로 생각하고 지나갔을 거라는 글을 보고, 정말 그랬을 수도 있겠다.
저는 이 말이 의외로 위로가 되더라구요. 그냥 생리가 늦게 나온거야.
내 잘못이 아니야. 더 건강한 아이가 오려고 준비를 한거야.
“짧았지만, 분명히 제 안에 머물다 간 생명이 있었어요. 그건 평생 기억하려구요.”
💗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길”
제 인생에 유산이라는 걸 경험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사람이 겸손해지고, 임신과 출산이 정말 위대한 거구나 느꼈고 다시 힘내서 더 건강한 아이 만나자는 다짐도 굳게 하게되더라구요.
지금도 다시 염소즙 먹고, 운동하고, 영양제 잘 챙겨먹으면서 유산 후 첫 생리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저는 영양제 성분 전부 비교해보고 활성엽산, 코큐텐, 셀레늄, 나이아신 다 포함된 걸로 먹고있어요.
유산 한지 20일 째인데, 생리가 기다려지긴 처음이네요. 디지털 배란테스트기도 20개짜리 미리 사놨답니다.
첫 생리 후 배란일 부터 다시 임신 도전해보려고 해요!
마지막 진료 때 선생님께 여쭤보니 생리 한번 하고 시도해봐도 좋다고 하셨거든요.
“이 글을 읽는 분 중 누군가가 같은 아픔 속에 있다면, 다 잘 될거에요.”
유산 후 다시 임신시도 글 또 올릴게요^^